유니온 퍼시픽 철도회사에서 철로 점검일을 하는 조시 사이가닉(35)은 지난 4년 동안 매일 아침 이웃에 사는 75세 노인 레너드 불록의 집을 지나가면서 그에게 말을 건넨 적이 없다. 하루종일 집 현관 앞에 나와 앉아있는 불록에게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기는 했지만 인사를 하는 것 외에는 달리 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달 그가 마침내 침묵을 깼다. 쓰레기를 버리려고 집 앞에 나왔다가 동네 10대 2명이 불록의 집을 향해 "저 형편 없는 집을 봐라. 저런 집은 불태워 없애버려야 해"라며 소리를 지르는 것을 들었기 때문이다. 노인은 그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불록은 어느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았는데 그냥 하루종일 거기에 앉아있었을 뿐인데…" 며칠동안 그 일을 곰곰히 되씹던 사이가닉은 페인트와 목재 가게를 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고 이웃 집을 수선하는데 필요한 자재들을 기부해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친구가 흔쾌히 요청을 받아들이자 그는 바로 페이스북에 일손이 필요하다는 사연을 올렸다. 놀랍게도 6000명이 넘는 사람이 포스트를 공유했고 5명이 일손을 자원했다.
희망을 얻은 사이가닉은 다음날 불록을 찾아가 집을 다시 페인트칠해도 되겠느냐고 묻고 지난달 18일 토요일 자원봉사자 5명과 함께 집을 수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돕겠다는 사람들이 하나둘 찾아들기 시작했다. 사이가닉은 95명까지 세다가 그만뒀다. 수리 일은 그날 9시간 만에 끝났다.
사이가닉은 11일 지역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어떻게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었는데 일이 이뤄진 것이 놀라울 뿐"이라며 기뻐했다. 불록은 이제 새롭게 칠해진 말끔한 집 현관 앞에 나와 앉아있다. 불록에게 사이가닉은 이제 더이상 '모르는 이웃'이 아니라 '친구'가 됐다.
신복례 기자
발행 2015/08/12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5/08/11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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