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기 배우자와 사별 스트레스, 이혼-구속-해고보다 훨씬 크다 2015-12-28 13:28:54 | Hit: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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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별 극복하고 건강하게 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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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순 씨(78)는 세상 그 누구보다 건강에 자신이 있었다. 고교 시절 단거리 육상 선수로 활약할 정도로 타고난 신체 조건을 가졌고, 지금도 50kg 짜리 역기로 매일 운동을 할 만큼 건강관리를 해왔기 때문이다. 몸매와 근육량으로만 보면 40, 50대가 부럽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지난해 50년 동안 함께했던 아내가 갑자기 세상을 떠난 뒤 모든 것이 엉망이 됐다. 떡을 먹다 기도가 막히는 불의의 사고였기에 충격은 더 컸다.

최 씨는 “아내를 평생 고생만 시키다 떠나보냈다”라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집 밖에 잘 나가지 않고 라면 등으로 끼니를 불규칙하게 때우는 일이 많아졌다. 즐기던 운동도 전혀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밤마다 소주 두세 병을 마시지 않으면 잠을 이루지 못했다. 최 씨는 “처음에는 슬픈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사별 후 3개월 정도 불규칙하게 생활하니 ‘이러다 나도 죽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이후 동호회에 나가고, 경로당에 나가 봉사도 하면서 어려움을 극복했다”라고 말했다.

○ 사별 후 스트레스, 삶 송두리째 흔들어

부부가 같이 늙다보면 배우자가 자신의 곁을 떠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늙는 것과 같이 누구나 겪는 일이지만, 스트레스의 강도는 노년기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 정도로 크다는 게 중론이다. 자녀 없이 노부부만 사는 가정이 늘고, 이웃과의 교류도 점점 줄어드는 것도 배우자 상실에 따른 아픔이 큰 이유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토머스 홈스 박사와 리처드 라히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배우자 사망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100점 만점에 100점으로 이혼(73점)을 하거나, 구속(63점) 및 해고(47점)를 당했을 때보다 컸다.

특히 배우자가 암처럼 오랜 투병 끝에 사망하는 경우 후유증이 더 클 수 있다. 병의 진단, 수술, 항암치료, 사망까지 전 과정을 마치 자신이 겪은 것 같은 지친 감정을 느끼기 때문이다. ‘나도 저 병에 걸리면 어쩌지’라는 건강염려증에 시달리는 경우도 많다.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사망한 배우자가 아팠던 신체 부위의 통증을 호소하는데, 정작 별문제가 없는 사례도 많다”라며 “평소 투병 과정에서 배우자를 미워하거나 원망했던 사람도, 정작 떠난 뒤에는 상실감 때문에 우울증에 시달리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 사별 아픔, 면역체계 이상까지 불러

사별 후 스트레스가 심할 경우 본인의 건강도 악화될 수 있다.

영국 버밍엄대 재닛 로드 박사에 따르면 배우자의 죽음으로 인한 상심은 면역체계를 약화시켰다. 사별로 인해 우울증과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지면 혈액 속에 존재하는 백혈구의 일종인 호중성 백혈구의 활동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호중성 백혈구는 폐렴 등 일정한 바이러스성 감염에 맞서 싸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실제로 1950년대 미국의 유명 가수 조니 캐시는 2003년 아내가 떠난 뒤 4개월 만에 생을 마감했다.

특히 명절, 생신잔치 등 온 가족이 모이는 기간이 지난 뒤를 주의해야 한다. 자식 친지와 지내면서 외로운 감정이 감춰지다가, 다시 혼자가 된 이후 감정이 폭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 조사에 따르면 2008년부터 5년 동안 성인의 경우 명절 연휴 다음 날 자살자 수(41.5명)는 명절 연휴 기간 하루 평균 자살자 수(29.1명)를 크게 웃돌았다.

이동우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명절 동안 친구나 이웃 등 다른 사람의 처지와 비교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 쉽다”라며 “명절 이후 사별자에 대한 관심과 위로가 더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 사별 후 아픈 건 당연하다?

사별 후 스트레스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고립’에서 탈피해야 한다.

먼저 오랜 기간 집에 혼자 있는 것을 피해야 한다. 혼자 있게 되면 우울한 기분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최 씨처럼 친구나 동료, 좋아하는 사람을 지속적으로 만날 수 있는 모임에 참여하는 것이 좋다.

말을 참지 않고 많이 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울한 감정을 억제하지 않고 누군가에게 말하면 경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려운 책보다는 가벼운 소설이나 잡지를 읽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배우자가 죽었으니 아픈 건 당연하다’라는 생각을 하지 않아야 한다. 우울증을 장기간 방치하다 뒤늦게 병원에 갔다가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전 교수는 “우울한 감정이 1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치료의 필요성을 부인할 경우 주변에서 더 적극적으로 상담 및 치료를 권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 @donga .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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