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서울신문)
경기 하남소방서 현장대응단
강가의 모래알처럼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이기에 말도 많고 탈도 많고 사건 사고 또한 많다.
수십 년을 각종 재난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소방대원의 입장에서 접하는 소식은 주로 화재를 비롯한 각종 사고 소식에 관심이 가는데 그 이유는 비슷한 유형의 사고를 접할 경우에 효율적인 대처를 하기 위한 학습의 일부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활동하는 119구급대원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연로한 어르신들의 비중이 급격히 높아지는 추세라고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이는 갈수록 고령화 되어가는 우리의 현실을 대변해 주는 것이라 하겠다.
수년 전에 사망한 노인이 백골 상태로 발견되는가 하면 아무도 찾아주지 않아 식사도 못하여 쓸쓸하게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하였고 갈수록 이런 추세가 늘어나는 현실이 우리를 안타깝게 한다.
문제는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하고 쓸쓸히 죽음을 맞이하는 고독사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런 현상이 모든 것이 풍족하고 화려해 보이는 현대사회의 또 다른 모습이라고 생각하니 더욱더 씁쓸한 생각이 든다.
우리 소방공무원들은 각종 재난현장에서 일반인들이 상상하기 어려운 참혹한 현장을 자주 목격하게 되는데 아무런 축복을 받지 못하고 화장실에서 낳아지고 버려지는 가련한 생명에서 몇 평 남짓 작은 공간에서 외로움 속에 쓸쓸하게 세상과 이별하는 영혼에 이르기까지 좋은 일보다는 궂은일을 일상적으로 겪으면서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하게 된다.
고층건물과 아파트로 대변되는 도시 생활을 하는 우리의 주위를 돌아보면 공장에서 찍어 낸듯한 각진 모양의 새장이나 닭장과도 같은 그런 건물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으며 어지간한 아파트 몇 동이면 한적한 시골의 면 단위 인구는 훌쩍 넘을 정도이다.
부모님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것이 우리의 전통이었으나 현실적으로 그것이 쉽지 않은 현대사회에서 자손들이 함께 해야 할 그 자리를 우리 119 대원이 대신하는 가슴 아픈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
한 전문가는 고독사가 늘어나는 현상에 대하여 우리 사회가 이제 고립 사회의 형태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가족 공동체에서 떨어지고 또 지역 공동체에서 떨어져 혼자 살아가며 경제적으로 불안하고 미래에 대해 희망이 없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 그 원인이라고 했다.
효를 중시하고 자식이 부모를 모셔야 하는 유교적 사상이 경제논리에 떠밀려간 오늘날 더 이상 사회보장제도나 국가의 정책만으로는 독거노인의 증가를 막기는 어려울 듯하다. 이제는 시대에 맞는 개인 간 인연 맺기와 다양한 소통으로 인간관계의 빈틈을 메워나가는 다양한 방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무관심 속에서 쓸쓸히 사라져 가는 영혼 때문에 슬프기도 하지만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119 소방대원이 지켜봐야 하는 현실,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 우리의 곁에서 이런 사건이 발생하는 바로 그러한 현실이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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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광호 2015.07.22
기사원문: http://www.siminilbo.co.kr/news/articleView.html?idxno=407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