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 만성질환 노인 70% … "보건복지재정에 악영향 대비해야"
세계에서 가장 빠른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사회적 위기로 인식된 지 오래다. 노인인구의 취약한 건강상태와 이에 따른 의료비 증가가 건강보험이나 장기요양보험 재정뿐만 아니라 국가 복지재정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노인 만성질환을 예방위주로, 통합관리체계를 세워 대비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윤환 아주대 의대교수는 보건복지포럼에 게재한 '초고령 사회와 보건의료대응'에서 "고령사회에서 예방과 지역사회 중심의 통합의료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대책수립이 시급하다"며 "의료시스템을 고령 친화적으로 재정비하는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014년 노인실태조사 결과 65세 이상 노인의 89%가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 두 가지 이상 복합 환자는 70%에 이른다. 노인 18%정도는 사회활동에 제한을 갖고 있으며, 7%는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의료이용률이 높아 평균 5개 이상 의사처방약을 복용하고 있다. 78%는 지난 1달 안에 의료기관을 이용했고 18%는 지난 1년간 입원한 경험을 갖고 있다. 그 결과 노인진료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4년 전체의료비 가운데 36%에 이르렀다.
이러한 노인의 건강지표를 볼 때, 50~64세 예비 노인층을 포함해서 노인의 건강증진과 질환 예방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해진다. 하지만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의 건강행위를 보면 흡연율 12%, 음주율 28%, 운동실천율 58%, 영양상태 비양호율 49%, 비만율 35%로 나타나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 이런 생활습관은 노년기에 갑자기 생기는 것보다 이전시기부터 굳어온 것을 고려할 때 생애주기별 건강관리가 필요함을 보여준다.
이 교수는 "환자의 의료 필요도에 따라 포괄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체계를 구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합만성질환자가 많은 노인층 실태 상 급성기 질환과 응급사고 대응에 맞춰 구축된 병원과 시설중심의 의료시스템은 노인을 위한 지속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더욱이 노인에게는 입원자체만으로도 병원 내 감염, 치매, 섬망 등의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가급적 익숙한 집에서 치료받는 것이 유리하다.
이에 따라 일부 선진국에서는 최근 의사나 전문간호사가 노인환자의 가정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환자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진료하는 왕진의료를 활성화해 질환의 조기발견과 대처를 통해 불필요한 입원과 응급실 내원을 줄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그 결과 노인환자와 가족의 만족도 증가는 물론 의료비 경감 효과를 보고 있다.
노인 맞춤형 의료는 건강증진, 예방서비스, 일차의료, 전문질환진료, 방문간호, 재활, 장기요양, 복지 등 다양한 서비스가 있다. 현재 각 서비스가 나눠져 관리되면서 노인환자는 적절한 진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 교수는 "건강한 노인에서부터 복합만성질환·허약 노인, 응급·급성기 환자, 재활 기능 회복, 장기요양, 호스피스 등 노인을 위한 의료의 연속적인 관리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2015-08-04 10:41:01 게재
기사원문: http://www.naeil.com/news_view/?id_art=160911
내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