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의용역 부가세 위법 판결 이후 또 다른 쟁점…소비자는?
"소비자가 병원에 낸 부가세 역시 환급 받아야 마땅" 의견도
장례식장에서 상주나 문상객에게 제공하는 음식(이하 장의용역)이 부가가치세(부가세) 면제(면세)라는 대법원 판결 이후 지역은 물론 전국의 병원들이 잇따라 과세관청을 상대로 경정 소송을 내고 있다. 거둬들인 만큼 다시 돌려달라는 것.<본지 2월 3일자 보도>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부가세를 면제 받을 수 있는 경우는 장례식장을 운영하는 사업자가 음식물도 함께 공급하는 경우에만 해당된다. 제3의 사업자에게 식당을 별도로 임대를 내주고 음식물을 제공하는 경우는 해당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대전에서는 최근 잇단 경정처분 소송에서 일부 외주 위탁 운영을 준 선병원 등 일부를 제외하고 충남대병원, 대전성모병원 등 장례식장을 직접 운영하고 있는 대부분의 병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경정 세액도 병원마다 모두 10억원을 넘는다.
그런데 여기서 또 다른 쟁점이 생길 수 있어 주목된다. 병원이 세금을 돌려받으면 그 부가세를 낸 실제 소비자도 환급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여부다.
과연 실제 환급 대상은 병원? 소비자?
병원들은 그동안 자신들이 과세관청에 납부한 부가가치세를 돌려달라는 경정 소송을 냈다. 세무서에 부가세를 납부한 주체가 병원이기 때문.
그러나 엄밀하게 말하면, 장례식장을 운영하는 병원들에게 장의용역 비용을 낸 실제 주체는 상주, 즉 소비자다. 결국 부가세 환급 대상은 ‘소비자’가 돼야 마땅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생긴다. 부가세 등 납세 의무자는 실질적인 소비자란 논리가 성립되기 때문이다.
대전의 한 법무법인 소속 A변호사는 “소비자인 상주는 장의용역을 이용하고 비용을 낸 당사자여서 병원에 부가세 환급 청구가 가능하지 않을까 본다”라며 “실제 병원이 과세관청으로부터 환급을 받았더라도 이는 부당이득에 해당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실질적인 부가세 납부는 소비자인 상주가 부담해 온 건데, (장의)용역 제공자인 병원이 소비자로부터 받아 대신 납부해 온 구조라는 게 문제로 부각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자인 상주가 병원을 상대로 부가세 반환 청구를 할 수 있다는 논리다. 부당이득 소멸시효가 10년이라는 점 역시 법적 반환 청구 가능성을 뒷받침해준다는 해석이다.
부가세 ‘면세 효과’, 병원만 이득?
하지만 부가세를 낸 당사자는 의료법인인데, 실제 부담을 한 소비자인 상주가 세금을 돌려달라고 할 경우 병원 측이 이를 순순히 인정하고 내 줄 것이냐는 다른 문제다. 결국 병원만 (대법원 판결 이후) 부가세 ‘면세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법무법인 B변호사는 “병원 측이 부가세를 면제해 줬다고 주장하면 실제 소비자인 상주들한테 돈을 돌려주지 않을 가능성도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런 주장은 부가세 부과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음에도 불구, 과세관청이 줄곧 ‘장의용역 부가세는 면세가 아니다’라고 주장해 온 또 다른 반박 논리의 근거로 작용해 왔다. 병원만 좋은 일 시켜주는 모양새가 될 수도 있다는 시각에서다.
이번 경정 소송은 법원에 계류 중이다. 대법원 판결 이후 앞서 소송 당사자였던 을지학원(병원)을 포함해 59개 병원 및 장례식장이 소송을 제기했다. 이중 2건은 이미 병원에 부가세를 돌려주라는 판결이 나왔고, 나머지 57건은 현재 1심 법원에 계류 중이다. 충남대병원과 대전성모병원 등도 현재 대전지법에 경정 소송이 계류 중이다.
대규모 경정 소송에서 병원 측이 승소할 경우 실 소비자들의 후속 소송이 잇따를지도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