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공무원들, 朴 당선인의 인수위원들 겁 안 내" 무슨 일?
- 입력 : 2013.02.04 03:06
새 정권 요직에 등용되던 과거와 달리 위상 떨어져
정부개편안 국회로 넘어가며 인수위보다 對국회 로비 집중
공약 재원·예산절감 계획 등 보고서 안 내거나 '기대 이하'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선 3일 윤창중 대변인이 국민행복제안센터와 관련된 브리핑을 한 것을 빼놓곤 아무런 발표가 없었다. 관계자들은 "브리핑할 게 없다"고 했다. 지난달 6일 출범한 지 한 달도 안 된 대통령직인수위를 놓고 벌써부터 '김빠진 인수위'란 말이 나오고 있다. 정부 각 부처 공무원들도 "이제는 인수위보다는 새로 임명될 장관이 더 중요하지 않겠느냐"고 하고 있다.
◇말 안 듣는(?) 부처들
인수위는 지난달 중순 기획재정부에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 실현에 필요한 재원 확보 대책을 1월 말까지 내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기재부는 이를 아직 내지 않았다. 인수위의 한 관계자는 "(데드라인이었던) 지난달 31일 기재부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 찾아오긴 했는데, 최종안을 갖고 온 게 아니라 진행 상황 중간 보고만 했다"며 "'2월 안에 내겠다'며 마감을 자기들 스스로 늦추더라"고 말했다. 또 인수위는 각 정부 부처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부처별 예산 절감 계획을 내라"고 했지만, 이 역시 '기대 이하'였다. 인수위 관계자는 "부처마다 형식적으로만 깎는 시늉을 했다"며 "박 당선인의 공약에 맞춰서 절감안을 가져온 곳은 별로 없었다"고 했다. 시작부터 "인수위에선 새 정책을 정하지 않는다"고 하자, 각 부처에선 "그럼 나중에 장관 정해지고 하자"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간사단 회의에서 유민봉 총괄간사가 인수위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인수위원들도 의욕 떨어져
자기 소관 부처 개편 방향도 모르게 하고 일을 맡기는 등 인수위원들의 힘을 너무 빼버린 것도 문제였다.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선 "인수위에 참여한 사람들은 핵심 중 핵심인 줄 알았는데, 정작 자기 담당 분과와 관련된 일도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르더라"며 "그런 인수위원들을 어떤 공무원이 겁내겠느냐"고 했다. 박 당선인이 인수위 초기에 '인수위원과 새 정부 요직이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이런 분위기에 영향을 줬다. 그런 가운데 여론의 관심을 받는 업무가 일부 인수위원에게만 집중되면서 다른 위원들의 사기도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시기적으로 인수위의 힘이 떨어질 때도 됐다. 정부 조직 개편안이 국회로 넘어가면서 각 부처는 인수위보다는 대(對)국회 로비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여권(與圈) 관계자들은 "과거에는 인수위 논의 결과에 따라 정책 방향과 항목이 정해지고 인수위원들이 현 정권 요직에 등용될 것이란 생각 때문에 공무원들이 신경을 쓰고 인수위도 활력이 있었다"면서 "대학교수들이 공약을 다듬는 정도의 일만 하기 때문에 현 인수위는 그만큼 조용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