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하면 노후자금 번다"…노인 등친 다단계 사기 父子
1천500여명 상대 약 15억원 챙겨
(서울=연합뉴스) 이대희 기자 = 고령의 노인들을 상대로 불법 다단계 사업을 벌여 거액을 가로챈 부자(父子)가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투자하면 노후자금이 생긴다"며 다단계방식으로 돈을 뜯은 혐의(사기·방문판매등에관한법률 위반)로 아버지 이모(52)씨와 아들(24)을 구속했다고 3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부자는 작년 5월부터 지난 2월까지 60∼70대 노인 1천556명으로부터 1인당 220∼1천100만원을 가입비로 받아 모두 약 14억 8천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이들은 "가입만 하면 가만히 앉아 있어도 큰돈을 벌 수 있다"며 노후자금을 걱정하는 노인을 상대로 다단계 사기를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자회사 관계인 필리핀의 한 법인이 전 세계 200여개 국가에서 온라인 일대일 화상 영어강의 콘텐츠 사업을 하는데, 가입비 220만원을 내면 대리점 자격을 부여받을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었다.
이뿐 아니라 대리점 자격을 따고서 신규회원을 소개하면 가입비 220만원 가운데 70만원을 모집수당으로 받을 수 있고, 이렇게 가입자가 연쇄적으로 증가하면 추가 수당을 받아 가만히 앉아 돈을 벌 수 있다고 피해자를 유혹했다.
이러한 사업은 재화나 용역 제공 없이 금전거래만을 하는 무등록 다단계판매업에 해당한다.
이씨 부자는 서울 금천구 가산동과 관악구 봉천동 사무실에서 사업설명회를 일주일에 3번씩 개최했고, 소문을 타고 노인들이 몰렸다.
하지만 실제로는 영어강의 사업은 물론 필리핀에 있다는 법인도 존재하지 않았으며, 수당을 받았던 이들은 초기 회원 극히 일부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피해자 가운데 A(72)씨는 '영어교육 사업이라 남 보기에도 부끄럽지 않고 노년에 자식에게 폐가 되지 않겠다'고 생각해 자신뿐 아니라 아들, 손자 명의로도 회원가입을 했다가 1천100만원을 날리고 자식들이 걱정할까 봐 피해 사실도 제대로 털어놓지 못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아버지 이씨는 과거 다단계 사업으로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었고, 아들까지 끌어들인 이번 사기로 경찰에게 쫓길 때도 사무실을 차려 새로운 다단계 사업을 구상하기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은퇴 후 자식들에게 의존하지 않고 노후 자금을 마련하고자 하는 노인들이 피해를 당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들이 가로챈 범죄수익금을 해외로 송금한 내역을 확인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220만원 투자하면 노후자금 앉아서 번다" 사기(서울=연합뉴스) 서울 구로경찰서는 "투자하면 노후자금이 생긴다"며 다단계방식으로 노인들을 상대로 14억 8천여만원을 뜯은 혐의(사기·방문판매등에관한법률 위반)로 아버지 이모(52)씨와 아들(24)을 구속했다고 30일 밝혔다. 사진은 작년 12월 아버지 이씨가 노인들을 상대로 다단계 강의를 하는 모습.
2015.6.30 <<서울 구로경찰서 제공 >>
2vs2@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5/06/30 12:00 송고
기사원문: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5/06/30/0200000000AKR20150630095800004.HTML?input=1195m